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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가 되어라
D/독서 일기 2025. 4. 7. 22:53 by 박혁구

공부의 위로 ~112p

한창 두뇌 활동이 왕성한 20대에 더듬거리며,서툴게나마 <결혼>을 끝까지 원어로 읽었기 때문이다. 번역서의 문장들은 매끄럽고 아름답지만 내 것이 아니므로 관념적이고 피상적이다. 원어로 읽으면 다르다. 날것 그대로의 뜻을 곱씹게 되므로 구체적으로 내 것이 되어 손에 잡힌다. 몽환적이고 나른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격렬하게 살이 부딪치고 실핏줄이 터져 뜨거운 피가 튀는 것 같은 생동감이 깃든 글이라고, 나는 <결혼>을 기억한다. - 50p

 

삶이란 퍽 짧으므로 우리는 촛불을 밝히고 어둠의 시간을 충분히 이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 79p

 

이 책은 작가가 여태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공부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무엇인지, 지루했는지 어땠는지 따위를 나열해 놓았다. 그 흐름이 자꾸만 내게 용기를 준다. 나는 이과라서 문과 수업을 듣는 것이 이번 기초독일어연습이 처음이다. 기초독일어연습은 내가 전공자인 1학년들 사이에서 독일어를 공부해야 한다. 

 

나는 외국어 공부 하기를 참 좋아한다. 중학생 때부터 일본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프랑스어도 찍먹했다. 물론 곧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손도 못 대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언어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건 내가 2학년 1학기에 부전공에 독어독문을 신청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기대되기만 했다. 나는 그동안 인공지능학부 수업만 들어서, 대학교의 외국어 수업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첫 오티가 참 좋았다. 흔히들 독문과라고 하면 어디로 취업할 거냐, 돈이 안 되지 않느냐 같은 말을 하고는 한다. 맞다, 그건 맞는데, 나는 그런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현실이 싫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 주신 건지, 교수님께서는 오티 날, 독문과에 입학했다고 주변의 잔소리에 너무 기죽지 말라며 덕담을 건네주셨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정진하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는 절대 그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당연하다. 최근 인공지능 분야가 아주 유망한 분야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독어독문을 부전공 하면서 조금이라도 나의 세계를 넓히고자 했다. 

 

독어독문 수업을 듣는 것을 친한 선배에게 말했다. 도망치라고 했다. 누구는 왜 듣느냐는 듯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나는 알고 있다, 이렇게나 유망한 학부에 있으면서 왜 도움도 안 되는 독문과 수업을 들으려고 하지? 그런 의미의 눈빛을 안다. 

 

내가 독일어를 포함한 많은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내 취미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싶었다. 나는 애니와 만화를 좋아하는데 일본어를 알지 못해서 한국어로 번역된 창작물밖에 즐길 수 없다. 그래서 내 취미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자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두 번째, 나는 내 가치관의 범위를 넓히고 싶다. 한국에서만 살면 이 좁은 가치관에 영원히 갇혀 살게 된다. 나는 외국어를 배우고, 외국 문화를 배우면서 내가 보는 세상의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이런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말만 좋은 이유를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잘못된 걸까 의심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첫 번째 인용구를 읽자마자 찌릿한 감각이 들었다. 그래, 이것이 내가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이다. 나의 공부를 합리화해 주는 것 같았다.

 

 이 외에도 계속 읽으면서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계속 읽고 다 읽으면 마저 독서 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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