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최근에 들어서는 인문학은 쓸데없는 것, 돈이 되지 않는 것, 배워 봤자 도움되지 않는 것 따위로 치부된다.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적어도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애초에 인문학이 쓸모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난 외고 진학을 고려했던, 전 문과생인걸....
난 외국어 외에도 다양한 문과 과목에 관심이 많았다. 미술사나 심리학개론, 세계지리 등 이과생이기에 고등학생 때는 제대로 듣지 못했던 수업 과목이었다. 대학교에 진학하면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막상 현실은 전공 듣기도 힘들고, 어쩌다 보니 들으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게 정말 재미있어 듣는 거야? 라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면 나는 그 눈빛에 고개를 내저으며 답한다. 내가 이 수업을 왜 들으려 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물론 그런 수업도 종종 있었다. 고등학생 때 생명과학에 자신이 있었다는 이유로 신청했던 생명과학 수업....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많이 가르쳐 주셨지만 어째서였을까, 나는 작년에는 1학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체 휴강, 출튀를 했다. 기억에 남는 건 하나도 없다.
올해 2학년 1학기에 듣는 수업은 부전공 전선이긴 하지만, 기초독일어연습이 정말 마음에 든다. 책을 읽고 나니 독일어 말고도 다른 언어 교양 수업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서 개설된 수업 목록을 살폈다. 다음 학기에는 교양 수업을 하나 꼭 수강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정말 사람이 감성적이게 되었다. 원래도 감성적이었다지만, 이렇게 사람이 희망에 차올랐던 적이 없다. 단순 공부 이야기의 나열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 책에서 위로받고 배워간 것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 인문학의 작지만 큰 힘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쓸데없다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들이, 내가 지향하는 것들이 인문학 따위는 돈이 되지 않으니까 필요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문학은 우리가 꿈을 꾸게 한다. 우리를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 착각 덕에 하루하루 연명할 수 있다. 인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 줄 수 있다. 실제로 내게도 삶의 이유 중 한 가지가 되어 주고 있다.
오늘도 한때는 인문학을 꿈꿨던 이과생은, 책이라도 한 권씩 읽어나간다. 나중의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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