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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가 되어라
D/독서 일기 2023. 10. 17. 01:27 by 박혁구

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 ~72p

가끔 의문이 든다, 내가 지금 행복할까? 하고. 근래 무기력증 탓인지 어느새 무뎌진 우울증 탓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았다. 사실 정신질환인지도 확실치 않다. 몇 년 전부터 꿈꾸는 것이 일상이 된 죽음과 종종 드는 갖가지 충동들에 정신질환이라 추측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줄곧 행복해지고 싶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 경쟁주의 대한민국을 벗어나 해외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 그런 목표마저 흐릿해져 내가 뭘 원하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몇 개월을 지냈다. 이 책을 집어들게 된 동기는 특별하지 않다. 그저 2학기 국어 수행평가를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둘러봤을 뿐이다. 그러다 마침 유학을 꿈꾸는 내게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수행평가를 위해 대충 가볍게 훑었을 때는 그냥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의도로 책을 지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책들 있지 않은가, 우리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보다 그런 건 쉽게 마음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나 나는 주변에 잘 휘둘리는 사람인지라 행복해지기는 글러먹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난 행복하다는 세뇌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고 불리어지는 나라에 가야겠다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이런 책은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 수행평가가 끝난 후에 제대로 펼쳐 보았다.

 

나는 행복의 진실을 찾아다니는 저자에게서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수없이 많은 시간 동안 죽음을 바라본 나에게는 행복은 잡히지 않는 희망에 불과했다. 저자가 십몇 년 전 행동으로 옮겼던 행복 프로젝트는 2023년의 고등학교 3학년이 꿈꾸던 막연한 희망을 손에 잡힐 것 같은 목표로 바뀌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오늘 지구과학 시간에 코스타리카의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읽게 되었다. 삭막한 한국 사회와 달리 정도 많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많으며 정말 몇 없는 독특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정말 '현재' 라는 것에 집중해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이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맛을 깊게 음미하는 데 신경을 쏟는 사람도 있더라. 물론 2009년 즈음의 일이라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날의 코스타리카는 나에게 작은 깨달음을 주었다.

 

일단 먼저 오지도 않을 미래를 걱정하는 행동은 그만둬야겠다. 물론 고치겠다고 한번에 고칠 수 있는 건 아닐 거다. 이는 내 오랜 천성이기도 하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니.... 그럼에도 내가 지금 하는 행동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과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충전하는 시간도 좋지만, 나는 집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서 간혹 우울의 늪에 빠져 버리는 때가 있다. 혼자서라도 밖에 나가거나 남들과 만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코스타리카의 어떤 사람은 오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오후에는 해변에서 친구들과 모여 파티를 한다고 했다. 상상만 해도 피곤하지만... 남들과 있는 그 시간에는 그 순간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어쩌면 행복해지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했다. 물론 이것만이 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막상 시도했을 때 나한테 안 맞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일단 해 보고 봐야 한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발버둥치고, 결국에는 행복해질 것이다. 

 

이제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차례이다. 나는 또 뭘 얻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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