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er 파일 편집 보기
🔍 🔋 📶 --
˚₊·—̳͟͞͞♡ BAXXUB ♡—̳͟͞͞·₊˚
Welcome to my space ⊹ ࣪ ﹏𓊝

BAXXUB 𐔌՞. .՞𐦯

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가 되어라
D/독서 일기 2026. 6. 2. 11:39 by 박혁구

[2025 신춘문예 당선시집] ~18p

고구마에 상처를 많이 냈다. 괜찮아, 고구마는 다쳐도 우리 딸만 안 다치면 엄마는 괜찮아. 

나는 괜찮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이 고구마에까지 생채기를 내는 내가 싫었다.

할아버지는 괜찮아요?
아니,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도, 내 딸도.

하얗게 벤 자국에 드러난 속은 다시 부드러워지지 않아. 그대로 껍질을 대신해 견디는 거지.
흙을, 다른 몸을, 삶을,
누군가 없어도 계속될 내일을.

-2025 신춘문예 당선시집 中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건 역시나 가족이다. 나는 가족은 애증이라고 몇 번이고 외쳐왔다. 가족을 사랑할 수 있지만,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는 가족에 대한 감정을 사랑의 껍질을 한 증오로 바꾸었다. 그것이 옳다고 몇 번이고 믿어왔다. 내가 받은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확실하게 믿고 있었다.

 

그렇게나 증오했던 가족들이 떠오르는 건 어째서일까. 생전 처음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께 용건 없이 전화를 드렸다. 죽을 만큼 밉다가도 가족에 관한 작품을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참 신기하다. 할아버지와는 20분이나 통화를 했다. 내가 공부가 재미있어졌다고 했더니 정말 뛸 듯이 좋아하시더라. 내가 돈 문제 말고 단순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신나서 말이 많아지셨다. 그 모습을 화면 너머로 듣고 있자니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과거의 나에 대한 원망? 애증이었던 내 감정에 대한 혼란? 정확히 확언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계신다. 나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내 중학생 시절의 한 부분을. 내가 며칠을, 몇달을, 몇년을 미워했어도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날 바라보고 계신다. 내가 미워했던 사람이 날 영원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는 순간, 눈물이 터져나왔다. 아마 할아버지도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 우는 걸 숨기기 위해 애써 노력했건만 눈물은 10분 내내 멈출 줄을 몰랐다.

 

애증이라, 이게 맞는 표현일까. 전화가 끝나고 계속해서 고민했다. 

 

가족은 어쩌면 뒤늦게 추억하는 여름 같다. 한창일 때는 싫다가도, 뒤돌아서면 잊을 수 없는 내 추억의 한 부분. 

'D >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부의 위로  (0) 2025.04.12
공부의 위로 ~112p  (0) 2025.04.07
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  (1) 2023.10.31
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 ~72p  (1) 2023.10.17
Dock
최소화된 창이 없어요